유난히 입이 심심하다. 생리 중이어서 그럴테지. 실제로 생리 기간이 되면 식욕이 증가하고 단 음식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보통 생리 7일 정도를 앞두고 시작하는 생리전 증후군(PMS) 때문인데,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과식과 폭식. 나도 이상하게 이 때만 되면 좋아하지도 않는 초콜릿이 당기던데, 이런 거 보면 참 호르몬이라는 게 무섭다.
나는 생리직전, 그리고 생리 후 이틀까지 이런 증상이 이어지는데, 연구 결과 생리 기간 중에는 세로토닌이라는 뇌의 시냅스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의 농도가 낮아져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단 음식을 찾는 거라고 하더라. 또 하나의 이유로는 환체 호르몬의 증가를 꼽기도 하고, 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습관적인 식습관이라는 의견도 있더라구. 물론 너무 과한 폭식, 과식은 안 좋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아, 생리할 때가 됐구나 또는 생리 중이라 그렇구나 하고 내 몸과 욕구를 받아들이는 편. 스트레스를 받느니 적당이 입이 원하는 걸 넣어줘야 이 텀을 잘 넘긴다고 해야할까.
아침에는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고, 들어와서 바로 올리브유 한 숟가락 먹고 요리 시작. 집에 있는 채소들-양파,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넣고 닭가슴살과 달걀, 치즈까지 더해서 채소볶음 만들기. 한 그릇 뚝딱하고 남은 양은 잘 담아뒀고~
아침을 늦게 먹어서 중간식을 안 먹고 저녁을 먹어도 됐지만 입이 심심하다는 신호가 오길래 바로 음식 수혈. 단백질쉐이크 물에 미숫가루맛 타서 고소하게 먹어주고 집에 있던 과자 하나. 프리츠 토마토맛인데 와인안주로 먹는 게 오늘은 간식이 돼버렸네. 한통에 155kcal. 생각보다 낮은 칼로리에 안심.
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패스할까 하다가 늦은 밤 입 터지는 것보다는 식사 때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저녁 챙기기. 오전에 만들어둔 채소볶음에 후추, 핫소스 뿌리고 사워도우 빵 한 조각 더하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지. 곧 자정이 되는 시간까지 배고프지 않은 걸 보니 저녁을 챙기기 잘했다는 생각도 :)
생리기간 중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 식습관이 망가지고 지방이 잘 축적된다고 하던데, 이럴 때는 잡곡류, 채소, 견과류 같은 음식을 먹는 걸 추천하고 또 바나나, 호박, 고구마 등도 좋은 대안이라고 하더라. 근데 십수년 호르몬하고 싸워보니까, 이럴 때는 져주는 게 나은 것 같아. 바나나 먹고 또 초콜릿 먹으니까. 참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 몸의 변화를 알고 캐치해서 적당히 먹어주는 게 스트레스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내가 실패한 게 아니라 호르몬이, 생리가 문제인 거니까.
길게 보고 가자. 인생도 다이어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