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왔다. 일주일 만이다. 옆이 허전해서, 온기가 없어 쓸쓸함에 잠을 뒤척이던 며칠. 너무 보고 싶다고, 얼른 오라고 하면서 아침부터 남편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먹고 싶다던 음식이 있어 미리 준비하고, 장을 보고 또 들어와서 요리하고.
금요일 오후에 집에 도착한 남편과 진한 포옹을 하고, 고생했다고 엉덩이 토닥토닥을 해주고, 얼른 음식을 차려 같이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선 방으로 들어가서 게임 삼매경. 타지해서 고생을 했으니 뭐라 말은 못하고... 저녁에는 가볍게 한 잔하고, 같이 영화를 봤는데 자정이 넘어서도 안 졸리다고 해서 먼저 잤지. 근데 아침이 될 때까지 안 올 줄이야.
7시 30분.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있으려니 그제서야 방문을 열고 떼꼰한 얼굴로 들어오는 남편. 이제 피곤하시단다. 최근 출장이 잦아 타지해서 퇴근해서 할 게 없다는 그. 거기서 게임을 하면 집에 와서는 안 하려나 싶어 큰맘 먹고 노트북 사는데 용돈 100만 원을 투척했다지. 그런데 막상 거기서는 재미없다고 일찍 자고, 집에 와서는 신나게 밤새 게임을 한다니. 뭔가 단단히 속은 느낌이다. 내 100만 원...
나는 당신이랑 놀 주말만 기다리면서 의연하게, 신경 안 쓰이게 잘 있었는데 남편은 나랑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못다한 개인 시간도 채워야 하니까... 머리로는 아는데 얼굴이 이상하게 인상만 잔뜩 짓게 되는 건 왜일까. 아무리 봐도 내가 큰 아들을 하나 키우는 것 같은데. 깨어있는 시간 모두를 나에게 쓰라는 것도 아닌데, 제발 좀 잘 때 같이 자고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
부부라는 게 참 오묘하다. 좋다가도 싫고, 귀엽다가도 밉고, 매달리다가도 귀찮다.
남편이 돌아왔다. 앞으로 해먹여야 하는 끼니와 쌓여있는 설거지에 한숨이 난다. 잘 좀 하자, 남편아.
'알콩달콩 결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심히 사는 토요일 2025.5.31 (3) | 2025.06.02 |
---|---|
3일 연속 술마시기 부작용 2025.5.30 (0) | 2025.06.02 |
저녁이 있는 삶 2025.5.29 (2) | 2025.06.02 |
여행 중 다이어트 2025.4.3 (3) | 2025.04.03 |
결혼, 참 잘했다 :) (6) | 2021.03.13 |